계엄령?
출발 하루 전 그 문제의 12월 3일, 여유 있게 저녁을 먹고 짐을 싸고 TV를 보며 잠이 들듯 말 듯 한 상태였습니다.
갑자기 잠을 깨우며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처음엔 이게 꿈인가? 있을수 없는 얘기인데.. 너무 오래된 얘기인데.. 하며 일어나 TV의 채널을 돌립니다.
정말입니다. 큰 얼굴 그분이 나와서 정말로 계엄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정치활동 금지, 계엄사의 통제, 집회금지, 계엄법에 의한 처단(?) ..
2024년에 참 천지개벽할 얘기입니다. 하다 하다 이제 진짜 별거 다합니다.
황당한 건 둘째치고 우선 중요한 건 내일 출국입니다. 여행 동반자들이 하나둘씩 카톡에 걱정의 멘트를 날립니다.
내일 과연 비행기는 뜰까요?
비행기는 뜹니다.
다행히 계엄은 해제되었고 지난 손목통증과 스테로이드 관련 글에서 언급 드린 데로 트리암시놀론 스테로이드 주사로 겨우 진정시킨 손목통증과 함께 공항으로 갑니다.
춥지만 날씨는 맑고 상쾌합니다. 정치권이며 경제상황은 난장판이 되겠지만 우선 비행기는 뜬다니 일정대로 움직입니다.
통상 하노이에 갈 때는 오후 늦게나 밤 비행기를 탔었지만 이번엔 오전 10시경 비행기입니다. 거의 6개월 전에 예약을 했고 현재 약 75만 원 정도인데 38만 원 정도에 티켓팅했습니다. 역시 비행기표는 미리 계획하고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1 터미널에서 아시아나 OZ 729입니다. 배열은 3-3-3이고 저희는 중간 화장실 부근에 4자리 연석을 잡았습니다. 연식이 좀 된 기체로 USB 충전 플러그가 없네요. 생각해 보니 어젯밤에 짐 싸고 넷플릭스 영화를 좀 받았어야 했는데 졸다가 망할 놈의 계엄덕에 아무것도 안 하고 뉴스만 새벽 3시까지 보다 나왔습니다. 출발 전 얼른 넷플릭스에서 두 개의 영화를 다운로드합니다. 하나는 잔잔한 걸로 고아성 배우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 나머지 하나는 좀 강하게 구교환 배우 주연의 “탈주” 이렇게 아슬하게 다운로드에 성공하고 출발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의 눈에 보이는 두 개의 영화를 다운로드했는데 제목을 합치면..
한국이 싫어서.. 탈주..
골프도 낚시도 여행도 항상 시작 전 이 순간은 제일 설렙니다.
공항 게이트 앞에서 있던 많은 외국인들이 생각납니다. 그들은 어젯밤에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무슨 생각을 하며 한국을 떠날까요.. 창피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크네요.
헤드폰을 끼고 넷플릭스에 받아둔 “한국이 싫어서”를 플레이합니다. 고아성 배우의 튀지 않는 연기와 잔잔한 스토리가 맘을 편하게 해 줍니다. 원래는 전혀 그런 마음 없이 즐거운 여행이었으나 어제오늘 같으면 저도 “한국이 싫어서”입니다.
소고기볶음과 밥을 같이 먹는 기내식을 먹습니다. 자기 위해 위스키 두 잔을 부탁해서 기내식에 함께 나온 브라우니와 함께 먹으니 맛있네요. 한 번도 이렇게 달디단 음식과 위스키를 먹은 적이 없는데 의외의 잘 맞는 조합이었습니다.
졸립니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랜딩준비. 벌써 도착합니다.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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